10-minute comment :: 건축학개론, 2012 2012/03/22 18:15 by yorq

건축학개론
엄태웅,한가인,이제훈 / 이용주
나의 점수 : ★★★★

  사랑이라는 미명은 한낱 치장일 뿐, 결국 잘해주고 싶다는 자기 욕망을 채우는 게, 사랑을 알기 전 남자의 사랑 아닐까. 그리고 그 욕망이 시들면 사랑도 끝났다고 말하는 게, 사랑을 하기 전 남자가 믿는 사랑 아닐까.

  첫사랑이란 그 욕망마저 마음껏 채울 수 없던 서툴고 서툰 날의 기억. 마음처럼 되지 않았던 그 분함에 대한 증언이자, 자책으로 얼룩져 돌이킨다면 전혀 다를 텐데 라는 식의, 지긋한 허황으로의 귀착 아닐까.

  처음인 너는 유일하기에 대체되지 않는 특별함 그 자체이며, 뒤이어 오는 모든 것들의 바탕이 되기에, 너는 나의 맨바닥에 직접 닿아있다. 그렇게 너는 여전하게, 가장 강렬하게 내게 육박해 있다.

  20세기 말엽의 우리네 정경과, 독서실 앞에서 서연아 서연아를 외치며 환호하는 장면과, 한참을 엇갈려 이젠 전혀 다른 지점에 놓이게 된 너와 나를 지금의 지점, 그 자리에 그냥 두어 주어서 고마웠다.

  이만큼이나 시간이 흘러버리는 사이에, 잃어버린 기회의 연속이 되고야 만 너와 나의 관계를 이젠 어쩌지 못한다는 걸 우리는 벌써 납득하고 있었다. 한 켠에 남은 그 굴복에 대한 아쉬움과 수치를 위로해줘서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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