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 지랄 :: 비밀번호 찾기 질문 2014/06/08 04:55 by yorq



'비밀번호 찾기 질문'이란 엉뚱한 메뉴가 있다. 로그인 비밀번호를 잊었을 때, 질문에 답을 맞혀야만 비밀번호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인데, 회원 가입 시에 질문을 선택하고 직접 답을 정해놓도록 했다. 그런데 이 질문이란 게 첫대면 때부터 사람을 당혹스럽게 했었다.

내 보물 1호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은?
초등학교 때 짝꿍 이름은?

이런 따위의 질문 중에 선뜻 선택해 답할 만한 질문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정해놓은 답을 한 달 뒤라고 정확하게 답할 자신이 처음부터 없었다. 지금 정하는 나의 답이 거짓이어서가 아니라, 지금의 진심 어린 답이 금세 변할 것이란 걸 뻔히 알고 있어서였다. 질문 자체가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는 '사실'을 답하도록 한 게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 도리 없이 변하는 '선호'를 답하도록 하고 있으니, 의아하고 한심스러워 혼자 끌끌거렸다.

제작자의 한량없는 속내야 전부 헤아릴 길 없겠으나, 아무래도 그 본래 취지는 자기 자신만 답할 수 있는 답을 내어놓음으로써 그 자신임을 증명해야 한다는 무척 합당한 사고의 발로일성싶다. 일종의 "열려라 참깨" 놀이를 해보자는 위트를 표한 것일지도 모른다.

크런데 말입니다. 알리바바의 형이 주문을 까먹어 횡사 당했던 것처럼, 나조차 답을 알아맞히지 못해 비밀의 문을 열지 못하는 변을 몇 차례 겪었다. 그래서 지금의 진심과는 거리가 먼 붙박이 대답이 탄생했다. 이제는 아무런 감흥도 주지 않는 말인데도, 오로지 실용적인 쓸모를 위해 붙들고 있는 대답말이다.

아버지나 어머니의 성함을 묻는 질문은 그나마 양반이다. 그건 내가 태어난 이래로 죽어서도 고정돼 있는 답이니까. 하지만 반대로 그건 나만 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라 내가 아닌 누구라도 답할 수 있는 질문이 되기에 이 또한 본래 취지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뿐더러 흉흉한 세상에서 보안상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늘 이상하다고만 생각해오던 일이 번연히 떠오르니 이 또한 이상한 일이다.

옛벗과 옛일을 깔아둔 채 들뜬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이 한심한 질문들이 이제가 되어선 엄청 답하기 어려운 문제구나 싶다. 내일이면 변할 게 뻔한 한시적인 대답일지언정,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대답이 도통 나오질 않는다. 이토록 빈곤해져 있다니 되게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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