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 지랄 :: 2017년의 끝에서 2018/01/01 02:02 by yorq



  내 나이를 실감하기에 1년은 너무 짧은 시간이다. 올해를 시작하며 1살 더 먹은 내 나이에 멋쩍고 버거워하다 보면 또다시 새해다. 그러니 내 나이를 실감할 겨를 없이, 내내 어색한 채로 있다가 1살 더 먹고 만다. 이런 어색한 기분이 우리 인생사를 다녀가는 객으로 표현하게 하는구나 라는 생각도 했다. 안 그러다가도 연말이 되면 이렇게 나이와 시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오늘은 오랜 염원이던 이소라 연말 공연을 체험하고, 지금은 취했기에 대리를 타고 귀가 중이다. 오늘 그녀의 목 상태는 좋지 않았다. 공연 중 그녀 자신이 말했듯 물기 없이 건조한 쇳소리가 도도록했다. 그래도 나는 오늘 공연이 아주 좋았다. 그녀의 예민함과 깐깐함을 기꺼이 참아줄 만큼 그녀가 내게 귀해서이다. 나는 그녀가 완성하고, 완성해가는 그녀의 세계에 열렬한 애정을 품는다. 어렵지 않은 말로 제대로 표현할 수 있단 걸 알려준 게 그녀의 노랫말이었고, 지극히 개별적이기에 보편적일 수 있단 걸 일깨워준 것이 그녀의 노래였기 때문이다. 그런 내 취향과 내 나름의 편견을 마련해준 게 바로 그녀였다. 그녀는 내 취향을 만들어줬고, 그렇게 형성한 내 취향은 내 취향과 꼭 맞는 그녀를 더 사랑하게 한다. 우스꽝스러운 되먹임이다. 

  하여 내가 든 저 백지는 공연 포스터다. 빳빳한 종이에 양각으로 글자를 새겼으니 언뜻 보기엔 백지로밖에 안 보인다. (자세히 보면 우하단에 뭐가 보인다.)

  어쨌든 서른넷이 됐다. 멋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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