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 지랄 :: 일회용 독서 타파 2018/06/22 00:27 by yorq

어떤 책을 읽기 시작할 때면, 이번이 이 책을 보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번 아니면 다시는 이 책을 볼 일이 없을 거라 생각하는 것이다. 필요 이상 비장하고 거창한 생각 같지만, 그게 또 얼마간 사실이기도 하다. 밥벌이나 성적 내기 등의 어떤 실용을 위한 독서가 아닌 한, 읽은 책을 또 읽는 일은 그리 많지 않을 테니까. 물론 좋아하는 책 또 읽고, 좋아하는 영화 또 보고, 좋아하는 여행지 또 가고 하는 식의 사람도 얼마든지 있다. 그런데 나는 갈수록 그런 부류에서 멀어지는 듯싶다. 짧은 내 수명에 비해 보고 싶은 것이 점점 더 많아지니 별수 없다.

그러자니 억울한 일을 좀 겪는다. 한 번 읽고 돌아서면 그 책 내용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단지 읽었다는 것만 기억난다. 그 책이 무슨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 같아진다. 책장에 읽은 책과 읽지 않은 책이 있으면, 책 내용을 모른다는 점에서 그 둘은 같다. 나는 그 책 안에 담긴 것들을 내 안에 붙들어 내 것으로 삼고 싶었다. 근데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그 책을 읽은 나의 노력은 누가 다 먹어버렸을까.

이런 일은 주로 문학서보다 비문학 학술서에서 두드러진다. 비슷한 억울함을 토로하는 여러 현인의 간증을 접해 보았으나, 아직 흡족한 대답을 얻진 못했다. 대개 나도 비슷한 억울함을 겪었다, 다 그러고 사는 거 아니겠냐는 위로의 말이나 그게 다 어디로 사라진 건 아닐 거라는 정신승리가 주를 이뤘다. 실질적인 해법은 분명 있다. 근데 더 큰 노력을 쏟아부어야 하니 날로 먹고 싶은 나에겐 맞지 않는 옷이다.

해법은 투 트랙 전략이다. 독서와 동시에 한켠에서 요약, 발췌, 질문 노트를 따로 하는 거다. 당연히 다 읽고 하는 것보다 동시에 진행하는 게 효율적이다. 이렇게 하면 그냥 책을 읽는 것보다 2~3배의 노력을 들여야 한다. 어휴 생각만 해도 귀찮지만, 그나마 이북으로 컨트롤 씌븨를 할 수 있단 사실에 정신승리를 조금 해볼까 싶을 즈음에 "내가 무슨 부귀를 보자고, 이 지..."하는 현타가 오게 마련이다.

이제 결론이다. 오늘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하다 요약, 발췌, 질문 파일이 날아갔다. 나한테 왜 이러냐.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