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 지랄 :: 만취자 과알못의 변명 2019/04/14 10:30 by yorq


우리는 동물인 동시에 인간이다. 우리가 갓난애에서 어른이 돼가는 과정은 동물이 인간이 되는 과정이다. 우리는 그렇게 동물적에서 인간적으로 나아간다.

뇌과학적으로 동물과 인간을 가르는 경계는 대뇌의 유무, 혹은 기능 여부에 달린 것 같다. 대뇌는 판단력, 분별력, 기억력, 집중력 같은 우리가 편히 이성 기능이라 부르는 것들을 관장한다. 한마디로 대뇌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 대뇌가 이성 작용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대뇌 없이는 이성도 없다. 그래서 대뇌는 뇌의 생장 발달 과정에서 가장 나중에 생겨 뇌의 바깥을 이루며 고등한 존재로 자리한다. 인간은 여타 동물과 달리 대뇌가 발달하고, 여타 동물과 달리 대뇌가 가장 크다.

이런 연장 선상에서, 술에 취하는 현상은 곧장 대뇌 기능의 마비로도 설명할 수 있다. 우리가 술에 취할 때 알코올은 가장 먼저 대뇌를 공략해 기능을 마비시켜 버린다. 술에 취한 사람은 어떠한가. 이성의 전원은 꺼둔 채 충동적 본능에 복종하며 동물 모드에 돌입한다.

치매를 대뇌 기능의 축소이며 감소로 보는 것도 같은 이치이다. 치매 환자는 본능에 충실하며 돌봄의 손길을 필요로 한다. 갓난애와 같은 처지에 놓인 치매 환자의 뇌를 열어봤더니 대뇌가 쪼그라들어있단 사실은 익히 알려졌다.

발달장애인이 창밖으로 신생아를 던져 숨지게 한 사건이 파장을 부른 일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그 뉴스의 파장은 그 범인이 발달장애인이기 때문에 처벌하지 못한다는 데서 비롯됐다. 환자이며 범인은 그는 대뇌를 가졌는가? 대뇌가 미처 발달하지 못했는가 아니면 멀쩡하던 대뇌가 손상되거나 축소됐나? 관건은 대뇌가 정상 작동하는가의 여부다. 대뇌 기능 또는 이성 작용의 틀로 사건을 들여다봐야 환자이자 범인인 그에 관한 처벌이 의미를 갖는다.

최근 영아를 학대한 돌보미나 치매 노인을 폭행한 요양사도 뉴스에 나왔다. 그들은 그들이 맡은 영아와 노인이 비이성적으로 행동했다는 이유로 학대하고 폭행했다. 연목구어다. 이성을 기대할 수 없는 곳에서 이성을 요구했다. 그들의 잘못은 이토록 멍청한 것이어서 더욱 나쁘다.

"술 먹으면 개가 된다"는 말은, 술이 대뇌를 마비시켜 인간에서 동물로 되돌아간 상태를 말한다. 술에 취한 사람, 즉 대뇌가 마비돼 이성 작용의 불구자가 된 사람은 그렇게 사납고 위험한 동물이 된다. 술에 취하는 건 대개 자기 선택으로 벌이지는 일이기에, 술에 취해 도를 넘는 사람은 한심하다 못해 인간 구실도 못하는, 인간 대접받기를 포기한 사람으로 취급받는다.

그런데도 우리 중 누구는 왜 자꾸 술에 취하는가. 이성적이기를 거부하고 인간이기를 포기해서? 꼭 그런 거 같진 않다. 그건 아마 몹시 팽팽한 이성의 세계가 징그럽고 지긋지긋해서, 버거운 데다 무섭기까지 해서 얼마간이나마 거기에서 벗어나려고 그러는 거 같다. 가능하다면 이성적이고 싶지 않아서, 어른의 세계가 아니라 애의 세계에 퍼질러있고 싶어서 일부러 그러는 게 분명하다.

이상 과알못 송호돌이 매일 술에 취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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